[NT:뷰] 연극 ‘숙희책방’, 헌책방에서 되살아나는 시간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20 10: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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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1984년 창단 이후 충북 지역 연극의 맥을 지켜온 극단 청년극장이 창단 41년을 맞은 올해 다시 대학로 무대로 향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예술 도약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성사된 이번 무대는 극단의 대표작 ‘숙희책방’을 수도권 관객에게 다시 소개하는 자리이자 지역 연극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 귀환이다.
40년 넘게 수많은 신인 배우와 연출가를 길러낸 극단 청년극장은 특히 배우 유해진이 연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에 특별출연하며 “고향 무대”에 대한 애정을 전했고, 그 공연은 전석 매진으로 화제가 됐다.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숙희책방’은 극단 청년극장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지역예술의 성과를 전국으로 확장한 중요한 기록이다. 2020년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수상 이후 방방곡곡 문화공감, 신나는 예술여행 등 굵직한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 연이어 선정되며 전국 곳곳의 관객을 만났다.
작품은 1980년대 광주의 작은 헌책방과 2025년 서울의 책방을 잇는 타임슬립 구조를 통해 민주화운동 시기 시민군이었던 철수와 현재의 인물 연우가 서로의 시간을 건너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이는 과거의 격렬한 역사적 순간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이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방식을 조용히 관찰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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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
‘숙희책방’이 관객을 사로잡는 지점은 정서를 따라가는 방식에 있다.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발행 연도가 찍힌 헌책더미, 공간 자체가 기억의 장소로 기능하는 책방의 구조는 작품 전체를 시간의 밀도로 채운다. 관객은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시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어느 순간 경계가 희미해질 만큼 자연스럽게 두 시공간을 오가게 된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어떻게 기억이 전달되는가, 서로 다른 시대에 선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2025년 대학로에서의 공연은 작품의 강점을 조금 더 정교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민송아트홀 2관의 공간 구조를 활용해 책방의 밀도를 높였고, 장면의 전환을 조명과 음향의 세세한 변화로 부드럽게 연결했다. 작가가 직접 출연진에 포함된 이번 버전은 텍스트의 정서적 정확도가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순회공연에서 사용되던 여백의 리듬이 대학로 관객의 템포에 맞게 다듬어진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간 관객들은 ‘숙희책방’을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공연”이라 표현해 왔다. 기억극(記憶劇)으로서의 서사적 밀도, 세대 간 감정을 잇는 섬세한 연결, 공간이 서사를 해석하는 방식 등이 고르게 호평을 받았다. 민주화운동이라는 큰 역사를 정면으로 재연하는 대신 그 시대를 살아낸 한 개인의 감정과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의 감각을 교차시킨 접근은 오히려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극단 청년극장의 41년은 지역의 시선으로 한국 연극의 지형을 확장해온 시간이었다. 이번 대학로 공연은 그 시간의 결을 이어가며, 지역에서 태어난 작품이 어떻게 중심 무대에서 또 다른 공명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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