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도시’ 부산, 4년 만에 세계 12위

사회일반 / 우도헌 기자 / 2025-06-04 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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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도시가 데이터를 읽고, 기술을 흡수하며, 삶의 질을 설계하는 능력은 미래 도시의 힘이 된다. 세계는 이런 능력을 하나의 지표로 계량화해 도시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영국 컨설팅 기관 지옌(Z/YEN)의 ‘스마트센터지수(Smart Centres Index, SCI)’다. 도시가 얼마나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기업이 머물고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는지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평가다.

 

사진=부산시

스마트센터지수는 기술 자체보다 도시가 기술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어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며,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평가는 135개의 거대한 통계 지표와 전문가 설문을 엮어 세밀하게 구성된다. 첨단기술, 금융서비스, 인적자원, 기업환경, 명성, 인프라의 여섯 영역이 기본 축을 이루고, 이를 다시 ‘혁신 지원’, ‘지식 창출’,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재평가한다. 도시가 얼마나 기술을 잘 쓰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내고 있느냐’를 알아보는 조사다.

부산은 4년 만에 세계 12위, 아시아 2위에 올랐다. 2021년 첫 진입 당시 62위에 머물렀지만 매 회차마다 기록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50계단 이상 상승했다. 스마트 도시 혁신이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적 축적과 생태계 형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변화는 도시 정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하나의 명확한 힌트를 제공한다.

부산이 높게 평가받은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친 행정 실험과 디지털 인프라의 집적이 자리한다. 우선 스마트 행정 체계의 고도화가 두드러진다. 부산은 교통·해양·환경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해왔다. 도심 교통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항만·물류 운영 전반에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해양 도시’ 정책, 행정 전반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이 도시 전반의 기술 감수성을 끌어올렸다.

혁신 기업들이 머무를 만한 공간을 조성하는 데에도 집중해왔다. 지역 기반 스타트업을 글로벌 무대로 연결하기 위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 디지털 테크 기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운영, CES 2025에서의 통합 부산관 운영은 기술 기업들이 부산을 실험 도시로 인식하게 만드는 큰 역할을 했다. 첨단기술·기업 환경·인적 자원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혁신 지원(Innovation Support)’ 항목에서 보인 상승세다. 제도적 기반과 규제 환경을 평가하는 영역에서 부산은 최근 평가에서 6계단이나 상승하며 세계 7위에 올랐다. 기술 중심 도시가 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실제 행정 제도와 규제 체계의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의미이자 도시가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에서 다른 도시보다 앞섰다는 방증이다. 도시의 브랜드 평가인 ‘명성’ 항목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점 또한 특별하다. 기술은 도시의 문화와 정체성을 재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부산은 스스로를 글로벌 디지털 허브로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국가적 구조 속에서 비수도권 도시가 기술과 정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해냈다. 스마트 도시 지수는 기술력만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 전략 전체의 경쟁이다. 부산이 이 지표에서 세계 상위권에 오르면서 “수도권이 아니어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시아뉴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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