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뷰] 색채로 기억을 노래한 화가, 샤갈과 함께하는 시간 여행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7-29 1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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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의전당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이 개막 50여 일 만에 누적 관람객 10만4000 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가장 뜨거운 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루 평균 2000 명이 넘는 관람객이 샤갈의 색채와 상징이 펼쳐진 세계를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고, 그의 예술이 왜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887년 벨라루스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20세기 미술사의 주요 사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화가였다. 파리 유학 시절에는 입체주의의 충격을 받아 형태의 해체를 실험했지만 그의 화폭을 지배한 것은 색채였다. 블루, 레드, 그린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몽환적 분위기, 공중을 부유하는 연인, 고향 비텝스크의 기억, 종교와 신화가 서정적으로 뒤엉킨 그의 작품은 ‘시를 그린 화가’라는 별칭을 낳았다.

샤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와 마을〉, 〈생일〉, 〈하늘을 나는 연인들〉 그리고 파리 오페라극장 천장화, 예루살렘 하다사 메디컬센터의 스테인드글라스 프로젝트는 그를 회화에서 공공미술까지 확장시킨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특히 유대인 정체성과 전쟁, 디아스포라(전쟁·정치·경제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흩어져 살아가는 집단 또는 정체성)의 경험은 그의 예술적 상징 체계를 깊고 풍성하게 만들었고, 샤갈은 이를 평생의 주제로 변주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이 샤갈 탄생 135주년을 맞아 세계 주요 샤갈 소장처와 협업하며 성사한 대규모 기획이다. 특히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미공개 원화 7점이 있다는 사실이 개막 초기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샤갈이 생전에 남긴 유화·판화·드로잉 등 170여 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전시팀은 샤갈의 삶·사랑·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재배열해 관람객이 그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전시의 절정으로 꼽히는 미디어아트 공간은 샤갈이 디자인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한 장치다.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천장화를 파노라마 형태로 구현하고 예루살렘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사운드를 활용해 마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샤갈 특유의 색채 감각이 움직이고 확장되는 연출은 ‘비욘드 타임’이라는 제목을 직접적으로 실감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샤갈의 예술이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로 ‘보편적 감정’을 꼽는다. 전쟁·망명·신앙·사랑·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층위가 충만하며, 그 모든 것이 난해하지 않고 시적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 미술 평론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샤갈은 난해한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지 않았지만 인간의 정서를 가장 아름다운 색채로 번역한 화가였다”며 “이번 전시는 그 번역본을 원문 그대로 느끼게 하는 드문 기회”라고 평가했다.

관람객의 감상도 이를 증명한다. “작품 하나하나가 시처럼 마음에 남는다”, “색채가 울림을 주고 오래 기억된다”, “샤갈의 추억과 사랑이 공간 전체를 감싸는 느낌” 같은 반응들은 전시가 회화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갈이 지닌 대중적 인지도는 개막 50여 일 만에 10만4000여 명의 방문객을 이끈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미공개 원화 최초 공개, 미디어아트 연출, 사랑·기억·희망이라는 보편적 메시지 등 감성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했다. 최근 관객이들이 ‘머무르고 경험하는 전시’를 선호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사진=예술의전당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샤갈이라는 화가가 지닌 심리적 위안의 이미지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샤갈의 색채는 누구에게나 편안한 상징으로 다가가며 그의 그림은 잠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감각을 제공한다.

샤갈의 작품 속 잃어버린 고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오래된 종교적 상징은 관람객의 개인적 기억을 호출하며 그의 그림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한다. 색채로 구축된 그의 몽환적 세계는 결국 인간이 언제나 되돌아가고자 하는 정서적 고향 같은 역할을 해왔고, 이번 전시도 그러한 감정을 선명히 드러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샤갈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세대와 국적을 넘어 공감대를 얻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전시는 샤갈이 남긴 세계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고, 그 세계를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 지금의 관람객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1일까지 계속된다. 그의 색채가 내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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