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레드닷’ 수상…시간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8-07 14: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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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봄 새롭게 공개된 상설전시관 ‘선사고대관’과 ‘왕의 서고’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5’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면서 박물관 전시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증명해냈다. 지난해 기증관에 설치된 투명 OLED 영상 연출이 ‘레드닷 2024’에서 본상을 받은 데 이어 두 해 연속으로 이룬 성과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 무대에서 전시 디자인을 혁신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힌다. 산업 디자인부터 커뮤니케이션, 공간 디자인까지 전 세계 혁신적 사례가 경쟁하는 자리에서 국중박이 연이어 수상한 것은 전시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선사고대관’은 기존의 유물 중심 전시에서 벗어나 ‘지층(layer)’이라는 구조적 콘셉트로 공간 전체를 설계했다. 구석기에서 고구려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퇴적층을 관람객이 걸으며 체감하도록 구성한 방식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역사적 ‘환경’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 전략이었다. 촉각 전시품, 점자 안내, 음성 해설 등 접근성 디자인이 적용된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은 요소다. 전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의 최근 비전과 정확히 맞물린다.
‘왕의 서고’는 조선 왕실의 기록물인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전용 공간이다. 전시 도입부에서부터 의궤의 원표지를 형상화한 시각적 장치를 배치해 ‘책의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내부는 실제 외규장각의 규모와 질감을 반영해 재구성됐다. 왕실 기록물이 지닌 생명력을 현대 기술로 되살린 기획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2024년 레드닷에서 수상한 기증관의 전시 역시 국중박 디자인 혁신의 중심에 있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26대를 활용한 영상 전시는 ‘유물 보호’와 ‘정보 제공’ 사이의 전통적 충돌을 해결한 사례로 언급됐다. 유물의 곁에서 투과되는 영상이 기증자의 삶과 유물의 맥락을 비추며 물리적 오브제와 디지털 정보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관람객은 유물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유물 뒤에 숨은 시간과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전시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기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기증 문화 확산이라는 박물관의 오랜 의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국중박의 최근의 전시 형태를 살펴보면 ‘기억을 공간에서 체험하게 하는 박물관’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처럼 진열장 속에 유물을 단정히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기술·스토리텔링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새로운 감각의 전시가 중심이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몇 년간 내놓은 전시 혁신은 모두 이 흐름 위에서 하나의 면모를 이루며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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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의궤와 왕실 기록물, 국보를 다룬 기획전처럼 역사적 스토리를 중심에 둔 전시는 ‘시간의 서사를 어떻게 공간 속에서 다시 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실험한다. 선사고대관이 지층 구조를 공간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아 관람객이 시대의 층위를 직접 걸어 나가도록 만든 방식이나 전시실마다 설치된 실감형 사운드와 조명 연출은 ‘시간의 감각’을 활성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기술 또한 전시의 보조적 요소가 아니라 서사 구조를 확장하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투명 OLED로 유물 사이에 비치는 영상은 유물의 시대적 배경을 덧입히며 과거의 기록을 현대적으로 다시 읽게 한다.
촉각 자료와 점자 안내, 음성 해설과 이동 동선을 보완한 접근성 중심의 전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오래된 이상을 현실적 전시 설계로 이끈다. 이와 함께 최근 증가한 관람객 참여형 전시나 야간 전시 확대는 박물관을 학습의 장소에서 일상의 문화 공간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이 모든 변화는 국중박의 박물관을 더는 과거의 수장고가 아니라 시간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복합적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유물의 가치가 ‘보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확장되는 전환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형태의 시간 경험 공간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레드닷 수상은 디자인의 미적 완성도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전시는 결국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만 그 방식이 예술적·경험적 영역으로 확장될 때 박물관의 가치가 달라진다. 국중박의 연속된 수상은 한국 문화유산 전시가 글로벌 기준 속에서도 경쟁력과 독창성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공간·기술·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복합 전시 기획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국중박은 앞으로도 ‘유물 중심의 박물관’을 넘어 ‘기억을 새롭게 번역하는 박물관’을 지향하고 있다. “기억을 공간에 구현해 관람객이 역사와 더 깊이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선언이 실제 공간과 전시로 구현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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