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6월, 제주 바다는 더 일찍 여름을 연다

교통/관광 / 우도헌 기자 / 2025-06-17 1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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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제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을 맞이하고 있지만 계절의 문턱은 해마다 조금씩 앞으로 당겨지고 있다. 원래 7월 1일에 개장하던 제주 해수욕장은 올해 12곳 전부가 조기 개장을 결정했다. 이는 기존에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던 조기 개장의 범위를 두 배로 확대한 조치다. 함덕과 이호, 협재, 금능, 월정, 곽지 같은 대표 해수욕장뿐 아니라 삼양과 김녕, 화순, 표선까지 포함한 열 곳이 24일 개장하고, 신양은 26일, 중문은 30일에 문을 열면서 사실상 6월이 공식적인 제주 여름의 시작이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는 기온 상승이라는 자연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결과다. 올해 초여름의 뜨거움은 6월을 마치 7월 중순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이미 이른 시점부터 피서객들이 제주를 찾기 시작했다. 작년 일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조기 개장 실험이 관광객 만족도와 지역경제에 유의미한 향상 효과를 보였다는 점 역시 올해 전면 확대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도는 올해 더 빠르게 늘어날 피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경제가 놓칠 뻔한 여름의 첫 열기를 단단히 붙들기 위해 조기 개장을 선택했다.

해수욕장 편의시설을 관리하는 마을회가 파라솔과 평상 가격을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는 약속은 곧 여행객에게 환대를 전하겠다는 신호이며, 해변을 공유 자원으로 보는 지역 공동체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도는 개장 조기화에 발맞춰 안전관리요원을 더 일찍 배치하고, 위험 지역을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판을 보강하는 등 안전장치를 여름의 시작과 동시에 준비했다.

제주의 해변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끌어당긴다. 얕고 맑은 바다를 자랑하는 함덕, 청록빛 투명함이 돋보이는 협재와 금능, 검은 모래라는 고유의 색을 지닌 삼양, 휴양지의 상징처럼 자리한 중문 해변까지 제주의 해수욕장은 저마다 서로 다른 얼굴로 피서객을 끌어당기고 있다. 김녕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풍력발전기의 스카이라인은 제주 특유의 이질적 조화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표선과 화순의 해변은 조용한 호흡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6월의 이른 폭염은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되어가는 징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6월 평균 기온은 과거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폭염주의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령됐다. 기후의 변화는 이제 계절 감각을 재조정하는 사건이 되었고, 우리는 점점 여름이 앞당겨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올해의 조기 개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자 앞으로 더 길어질 여름을 준비하는 제주의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은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이동 패턴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흐름, 주민들의 협력 방식, 제주라는 섬이 여름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천천히 바꾸어 가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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