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마캠’, 영국식 코미디에 한국적 리듬을 더하다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21 1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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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녕컴퍼니, 홍보사 에이엠지글로벌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대학로의 코미디 혈통이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영국 대표 희극작가 레이 쿠니의 ‘Move Over Mrs. Markham’을 한국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연극 ‘미세스마캠’이 21일 더굿씨어터에서 관객과 첫 인사를 나눈다. ‘국민연극’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라이어’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번 무대는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탄생했다.


‘미세스마캠’은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고전 코미디이지만 국내 정식 공연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레이 쿠니 특유의 ‘오해–숨기기–타이밍’으로 이어지는 장치가 원작의 핵심이라면 한국 공연은 그 장치를 한국 관객이 가장 공감하고 폭소할 수 있는 리듬으로 재편한다. 영국식 풍자에 한국적 생활감과 감정을 더해 훨씬 더 생활 밀착형 코미디로 확장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민연홍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출을 무대 위로 가져와 세대와 취향을 가로지르는 보편적 웃음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관객의 정서적 패턴을 정확히 파악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오해의 순간들을 무대 위에서 폭발적 에너지로 재조립한다.

그간 드라마에서 부드러운 온기를 보여준 배우 유선이 첫 희극 무대에 도전해 인물 ‘조안나’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그의 진중한 연기 결은 희극 속에서도 안정된 중심을 만들어주며 관객의 몰입을 단단히 붙든다. 여기에 송재희, 오민석, 이순원, 하준, 김지선 등 TV와 영화, 예능을 넘나들던 배우들이 합류해 장르 체질이 각기 다른 개성들이 한 무대 위에서 충돌하고 섞이며 독특한 희극적 앙상블을 형성한다.
 


사진=안녕컴퍼니, 홍보사 에이엠지글로벌

 

작품은 한밤중의 빈집이라 생각된 공간에 세 쌍의 커플이 동시에 들이닥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문이 열릴 때마다 인물이 튀어나오고, 서로를 숨기려다 더 큰 사고가 터지고, 꼬인 관계가 다시 꼬이고, 타이밍이 0.1초만 어긋나도 다른 결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레이 쿠니식 코미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관객은 ‘인간관계라는 미세한 착각의 연쇄’를 목격하게 되고, 실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관계의 아이러니와 부부·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본질이 은근히 드러난다.

프리뷰 관람객들의 초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라이어’보다 더 빠르고 더 세다”, “배우들의 타이밍이 정확히 맞물리며 소리 내 웃게 만드는 코미디”, “대학로에 이런 순도 100% 폭소극이 오랜만”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며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 불문 웃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한 매력으로 꼽힌다.

‘미세스마캠’은 웃음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긋남과 이해, 사랑의 묘한 결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로가 그동안 감성 극과 창작극 중심으로 깊이를 다져왔다면 이 작품은 웃음의 본능을 다시 꺼내 들며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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