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신라의 울림, 디지털로 세계와 공명하다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07 1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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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경주의 가을 하늘 아래, 국립경주박물관 정문 일대가 한층 특별한 빛과 소리로 물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보인 초대형 미디어콘텐츠 ‘신라의 천년 울림’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16일까지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가로 50m, 높이 4m 규모의 미디어월을 통해 신라왕경의 공간과 소리를 실감 나게 재현하며 고대와 현대,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와 맞닿아 있다. 문화홍보를 넘어 ‘연결·혁신·번영’이라는 APEC의 가치를 디지털 기술로 형상화하려는 의도다. 성덕대왕신종의 공명을 시작으로 영상은 황룡사 9층 목탑 등 신라 최고의 기술이 응집된 건축물, 격자형 도로망으로 설계된 계획도시 서라벌 그리고 전성기 신라의 찬란함까지 차례로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울림이 상공으로 퍼져 나가며 태평양을 중심으로 세계와 교감하는 모습을 담아 고대 국제도시였던 신라 서라벌과 오늘날 경주를 연결한다.

문화유산기술연구소(TRIC)는 10여 년간 축적한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신라왕경을 실시간으로 복원했으며, 성덕대왕신종의 음향적 특징인 ‘맥놀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진동과 파형의 변화를 시각화했다. 덕스터스튜디오는 영화적 사운드와 입체적 영상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공간과 소리의 울림을 몸으로 체감하도록 구성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기획과 연출에는 김지교 감독이 참여해 인천공항 ‘반가사유상’과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 등으로 세계적 디자인상을 수상한 감각을 이번 전시에 불어넣었다. 음악과 사운드 역시 세계적 전문가들의 손을 거쳤다. 양방언 감독이 음악을, 영화 ‘기생충’과 할리우드 작품 ‘미키 17’의 음향감독 최태영이 사운드를 담당해 고대 울림을 현대적 감각으로 생생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신라의 공간과 소리를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울림을 매개로 신라의 역사적 위상과 문화를 입체적으로 체험하고, 동시에 APEC이 추구하는 글로벌 가치와 연결되는 시각적·청각적 체험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구현된 ‘신라의 천년 울림’은 한국 문화유산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떻게 글로벌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25년 가을, 경주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전시는 신라의 천년 역사를 오늘의 세계와 공명시키며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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