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음식문화 특별전,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미식 여행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7-08 10:13:46
![]() |
| ▲사진=한식진흥원 |
전시의 중심에는 ‘수운잡방(水雲雜方)’(보물 제2134호)이 있다. 이는 17세기 안동 지역의 양반가에서 전승된 조리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고조리서 중 하나다. ‘수운(水雲)’은 저자 서문에 등장하는 인물의 호로 알려져 있으며 ‘잡방(雜方)’은 여러 음식의 조리법을 뜻한다. 책에는 요리법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한 삶의 철학과 예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조선인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운잡방에는 장류와 젓갈, 약식과 탕, 소주 제조법 등 100여 종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이는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유교문화권의 생활양식과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오늘날 한식의 원형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수운잡방’은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텍스트로 평가된다.
안동의 음식문화는 유교적 예법과 공동체적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제례음식 ‘헛제삿밥’이다. 실제 제사가 아닌, 제례의 형식을 빌려 예를 차리는 상징적 식사로, 먹는 행위 자체가 예(禮)임을 보여준다. 또 안동소주, 안동찜닭, 간고등어 등은 조선시대의 보존식 기술과 풍류 문화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번 특별전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 ‘수운잡방에서 K-Food까지’는 전통에서 현대, 지역에서 세계로 이어지는 한국 음식문화의 흐름을 압축하고 있다. 전시는 안동 종가에서 제공한 수운잡방 영인본, 소줏고리 등 실물 유물을 비롯해 웹툰·다큐멘터리 등 현대적 매체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전통이 어떻게 현대 미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안동찜닭골목, 간고등어 거리 등 지역 대표 먹거리 명소도 함께 소개돼 관광·문화·경제가 결합된 통합형 전시로 기획된 점이 눈에 띈다.
설월당 종가의 종부 김도은이 진행하는 전통 음식 쿠킹클래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전문위원이 이끄는 제례문화 토크 콘서트 등은 관람객이 참여하는 전시 문화로 나아가게 한다. 웹툰·다큐멘터리 등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연출은 전통을 현대 감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로, MZ세대에게 전통음식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포맷이다.
‘수운잡방’이 조선시대 양반가의 식탁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면 ‘K-Food’는 오늘날 전 세계인이 함께 나누는 식탁의 언어다. 전시는 두 시대를 잇는 가교로서, 한국 음식문화가 삶의 방식이자 문화의 서사을 일깨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