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서 피어난 한국의 달항아리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3-08 10: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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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덴버박물관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달항아리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조선 후기 백자의 절정기에 만들어진 항아리다. 지름이 40cm를 넘는 거대한 몸체는 두 개의 반구형 항아리를 맞붙여 완성된다. 완벽한 원을 향한 시도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굴곡과 비대칭은 오히려 인간의 숨결을 드러낸다.
그래서 달항아리는 조선 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균형과 불균형, 완전함과 결함의 경계를 아슬하게 오가는 형태 속에서 한국적 미의 핵심인 ‘무심함 속의 완전함(無爲而完)’, 즉 자연스러운 조화를 읽을 수 있다. 서양의 고전적 미가 완벽함을 추구했다면 달항아리는 ‘비움의 미학’, ‘여백의 미’로 응답한 것이다.
지난 2일 개막한 덴버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Lunar Phases: Korean Moon Jars)’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달항아리 3점을 비롯해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현대 작가들의 달항아리까지 총 12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는 1년의 12달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덴버박물관에서 열린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에 이은 두 번째 한국미술 특별전이다. 분청에서 백자로, 조선 도자의 계보가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셈이다. 전시명 ‘Lunar Phases’는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자연의 순환처럼 한국 도자미의 전통이 시대를 거듭하며 새롭게 재생된다는 뜻을 품는다.
전시의 중심에는 조선시대 달항아리 6점과 현대 도예가들이 만든 달항아리 6점이 있다.
이들은 12개월의 달처럼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순환을 이룬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마치 달이 뜨고 지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조선의 달이 덴버의 하늘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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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덴버박물관 |
여기에 달항아리의 형태와 정신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 사진, 설치미술, 비디오 작품 9점의 현대미술이 함께 전시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민재, 이동식, 박영준, 스티븐 영 리 등의 작품은 달항아리를 매개로 전통과 이민 정체성을 교차시킨다. 덴버박물관은 이들 작품을 직접 구입해 소장하며 한국 현대도예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덴버박물관은 202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협력으로 한국 미술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지에는 두 명의 한국인 큐레이터가 상주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덴버박물관의 사례를 시작으로 세계 주요 미술관과의 협력망을 확대해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세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덴버박물관 1층 갤러거 갤러리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달항아리가 현재도 계속 빚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전통임을 보여준다. 둥글지만 완전하지 않은 형태, 새하얗지만 차갑지 않은 색으로 한국이 아닌 공간에서도 차오르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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