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주례가 되는 결혼식…국립공원에서의 웨딩마치

생활/건강 / 권수빈 기자 / 2025-03-05 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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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꽃 대신 나무가 축복하고, 종소리 대신 새소리가 울리는 결혼식. 국립공원 안에서 치르는 ‘숲속 결혼식’이 점차 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숲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기존 9곳에서 14곳으로 확대한다고 4일 발표했다. 이제 전국 주요 국립공원 어디서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은 결혼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숲속 결혼식’은 국립공원 내 생태탐방원, 자연관찰로, 야영장 등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열리는 소규모 야외 혼례 프로그램이다. 공단이 결혼식 장소를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식탁·의자·음향 등 최소한의 장비만 설치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 참여자는 대부분 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 부부들로, 형식보다는 의미를 중시하고 ‘자연 속에서의 서약’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선택한다.
 

사진=국립공원공단

이번에 새로 추가된 숲속 결혼식장은 전북 정읍 내장산 단풍생태공원, 충북 제천 월악산 만수로 자연관찰로, 전북 무주 덕유산 덕유대야영장, 대구 팔공산 갓바위 자생식물원, 충남 공주 계룡산 생태탐방원 등 다섯 곳이다. 내장산 단풍생태공원은 단풍나무 숲길을 따라 붉은 산책로가 이어지는 명소로, 가을 단풍철에 특히 인기가 높다. 월악산 만수로 자연관찰로는 호수를 끼고 걷는 숲길이 신랑신부의 행진로로 변하며, 덕유산 덕유대야영장은 고즈넉한 삼나무 숲 속에서 캠핑 감성을 더한 자연 예식이 가능하다. 팔공산 갓바위 자생식물원은 사계절 내내 식물 향기가 가득한 명상형 결혼식장이며, 계룡산 생태탐방원은 국립공원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웨딩 장소다.

이로써 국립공원 내 숲속 결혼식장은 기존 9곳에서 총 14곳으로 늘어났으며, 공단은 결혼식 당일 KTX역과 버스터미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해 방문객들의 교통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국립공원이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것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례를 통해 자연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려는 취지”라는 공단 관계자의 말처럼 웨딩을 생태문화의 한 형태로 확장하는 것이다.

결혼식 문화의 변화를 반영한 정책적 시도이기도 하다. 국립공원은 접근성이 높고 경관이 빼어나면서도 상업적 인공시설이 적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공공형 결혼식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호텔 웨딩보다 ‘자연 속 약속’을 택하는 가치지향적 결혼 트렌드와 맞물렸고, 공단은 이를 파고들었다.

숲속 결혼식의 가장 큰 장점은 배경과 의미가 모두 ‘자연’이라는 점이다. 웨딩홀의 조명 대신 햇살이, 오케스트라 대신 새들과 같은 자연의 노래가 함께한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봄엔 벚꽃·산벚나무, 여름엔 녹음과 폭포, 가을엔 단풍과 억새, 겨울엔 설경과 고요한 숲길 등 계절마다 전혀 다른 색채의 결혼식을 선사한다.

비용도 합리적이다. 평균 100만 원 이하로 진행할 수 있으며, 식사 대신 소풍형 피크닉 파티나 환경보호 기부를 곁들이는 커플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그 장소가 여전히 ‘보존된 자연’으로 남는다는 점이 숲속 결혼식이 가진 가장 지속가능한 지점이다.

숲속 결혼식장은 국립공원공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비영리 목적의 일반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 또는 실비 수준(장비·음향·음식은 개별 준비)의 이용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셔틀버스, 전기·수도 등 기본 편의시설, 환경정화 인력 지원이 지원된다.

공단은 결혼식 외에도 ‘숲 결혼사진 명소’ 44곳을 선정해 사전 예약 시 차량 출입을 허용하고 촬영을 지원해 준다. 북한산 산성, 경주 남산 삼릉숲, 비금도 하트해변 전망대 등은 이미 웨딩 포토 명소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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