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기까지” 기후 변화 따라 흘러들어온 ‘투명 물고기’

환경 / 우도헌 기자 / 2025-05-30 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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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지난 26일 한 인플루언서가 패들보드를 즐기던 중 김녕리 세기알 해변 앞바다에서 신비로운 생명체를 발견했다. 이 생명체는 길이 약 45cm, 무게 약 390g에 달하는 투명한 연체동물로,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은 ‘카리나리아 크리스타타(Carinaria cristata)’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카리나리아 크리스타타는 복족강(Gastropoda)에 속하는 해양 연체동물로, 속(Genus) 카리나리아(Carinaria)에 속하는 종이다. 유선형의 몸체를 갖고 있고, 젤라틴처럼 물컹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 쪽에는 ‘돛’처럼 부유를 돕는 발 구조가 있어 물속에서 떠다니는 생활을 한다. 일반적으로 열대와 아열대 바다의 수십에서 수백 미터 수심에서 플랑크톤을 먹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에 깊은 바다로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해안가에서 목격되는 일은 매우 드문 편이다.

제주에서의 이번 발견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연구원 측의 설명과 함께 해류를 따른 유입 가능성이라는 해석이 덧붙여진다. 고수온, 즉 기후 변화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이 제주 주변 해류의 흐름을 바꾸고, 열대성 해양생물들이 북쪽으로 이동할 여지를 넓힌다는 관점이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도 이 생물이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원성과 생태적 영향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연구원은 현재 발견된 개체가 죽은 상태였기 때문에 냉동 보관을 통해 표본화해 보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해역이 최근 고수온 현상으로 인해 저서생물 종 구성의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는 과학적 보고가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고수온과 저염수 현상이 지속되면서 돌산호, 연산호 등 저서 생물이 백화하거나 변화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기후 변화가 생물 분포에 실질적인 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로 해석된다.

희귀 생물을 해안이나 얕은 물에서 발견했을 때 발견자가 직접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이번 생물이 인명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미기록종은 독성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할 일은 연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 영상, 사진, 발견 위치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과학자들이 종을 명확히 확인하고 유입 경로나 생태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연구소는 발견된 개체를 보존하기 위해 표본화할 수도 있고, 이는 미래의 연구와 보존 전략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카리나리아 크리스타타의 제주 상륙은 변화하는 바다의 경계선이 우리 시대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유입된 개체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바다 생물의 이동과 상관관계, 기후 변화, 인간의 책임까지 얽힌 사건에서 조용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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