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튜링머신’, 전장의 암호를 해독한 사내의 고독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21 09:28:21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연극 ‘튜링머신’이 3년 만에 재연된다. 초연 당시 강렬한 잔상을 남겼던 앨런 튜링의 복합적 삶을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더 깊고 밀도 있게 확장한다.
중심에는 세 개의 정체성이 자리한다. 천재이며, 동성애자이며, 말더듬이였던 앨런 튜링이라는 수식어는 그가 이룬 업적과 그가 겪은 고통, 시대의 비극을 동시에 품는다. ‘튜링머신’은 세계대전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수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적 성취를 조명하는 동시에 동성애자로서 국가로부터 처벌받아 파괴되어간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는 인공지능의 기초를 연 ‘튜링 테스트’를 고안한 인물이지만 작품은 그를 기술의 신화가 아닌 한 사람의 감정과 상처로 그린다.
무대는 그의 고독을 날것의 상태로 드러낸다. 관객이 무대를 사면으로 둘러싸는 구조는 인물의 흔들림과 호흡,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포착하게 하며 두 명의 배우가 다수의 인물을 오가는 방식은 튜링이 겪은 혼란과 고립을 감각적으로 재현한다. 이 같은 방식은 인간과 시대를 함께 파헤치는 심리적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다가오는 재연의 가장 큰 변화는 캐스팅이다. 초연에서 연기한 이승주가 다시 무대에 서고, 새로운 얼굴인 이상윤과 이동휘가 각각 다른 결의 감정과 에너지로 튜링의 삶을 변주한다. 튜링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는 이휘종·최정우·문유강의 합류 역시 작품에 새로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초연 이후 “숨조차 쉬기 힘든 몰입감”, “튜링의 비극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무대”라는 관객의 후기와 “영웅의 신화를 해체한 인간의 서사”라는 평단의 평가가 이어졌던 만큼 이번 재연은 서로 다른 배우들의 해석이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할지 기대를 모은다.
‘튜링머신’은 천재도, 영웅도, 결국은 상처받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가 영웅에게 가한 폭력은 개인의 마음을 어떻게 무너뜨리며, 개인의 고독은 얼마나 소리 없는 비명을 품고 있는가 짚어준다. 튜링의 삶은 기술의 역사나 전쟁사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연극은 그 증언을 조심스럽게 무대 위로 옮겨놓는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프랑스 극작가 브누아 솔레스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몰리에르 어워즈 4관왕에 빛나는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튜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의 감정과 상처를 집요하게 탐색했다. 2023년 국내 초연은 이성과 감정의 결이 한 무대에 중첩되는 독창적 작품성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천재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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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
중심에는 세 개의 정체성이 자리한다. 천재이며, 동성애자이며, 말더듬이였던 앨런 튜링이라는 수식어는 그가 이룬 업적과 그가 겪은 고통, 시대의 비극을 동시에 품는다. ‘튜링머신’은 세계대전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수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적 성취를 조명하는 동시에 동성애자로서 국가로부터 처벌받아 파괴되어간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는 인공지능의 기초를 연 ‘튜링 테스트’를 고안한 인물이지만 작품은 그를 기술의 신화가 아닌 한 사람의 감정과 상처로 그린다.
무대는 그의 고독을 날것의 상태로 드러낸다. 관객이 무대를 사면으로 둘러싸는 구조는 인물의 흔들림과 호흡,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포착하게 하며 두 명의 배우가 다수의 인물을 오가는 방식은 튜링이 겪은 혼란과 고립을 감각적으로 재현한다. 이 같은 방식은 인간과 시대를 함께 파헤치는 심리적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다가오는 재연의 가장 큰 변화는 캐스팅이다. 초연에서 연기한 이승주가 다시 무대에 서고, 새로운 얼굴인 이상윤과 이동휘가 각각 다른 결의 감정과 에너지로 튜링의 삶을 변주한다. 튜링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는 이휘종·최정우·문유강의 합류 역시 작품에 새로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초연 이후 “숨조차 쉬기 힘든 몰입감”, “튜링의 비극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무대”라는 관객의 후기와 “영웅의 신화를 해체한 인간의 서사”라는 평단의 평가가 이어졌던 만큼 이번 재연은 서로 다른 배우들의 해석이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할지 기대를 모은다.
‘튜링머신’은 천재도, 영웅도, 결국은 상처받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가 영웅에게 가한 폭력은 개인의 마음을 어떻게 무너뜨리며, 개인의 고독은 얼마나 소리 없는 비명을 품고 있는가 짚어준다. 튜링의 삶은 기술의 역사나 전쟁사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연극은 그 증언을 조심스럽게 무대 위로 옮겨놓는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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