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연극제’ 단 하루의 예술, 그들이 남긴 24시간의 기록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12 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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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일로창고극장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서울 남산 아래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24시간 연극제’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단 24시간, 짧고도 뜨거운 시간이 만들어낸 여덟 편의 작품은 관객의 큰 호응 속에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24시간 연극제’는 만 39세 미만 청년 예술가들이 시민에게 받은 사연과 키워드를 바탕으로 단 하루 만에 15분짜리 공연을 완성해 무대에 올리는 독창적인 프로젝트다. 청년 창작자들의 창의력과 순발력을 시험하는 일종의 ‘창작 실험실’이자 연극이 지닌 즉흥성과 공동체적 힘을 되살리는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올해 주요 청년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속도보다 순간의 진심을 담는 예술’이라는 방향성을 선명히 드러냈다.

‘24시간 연극제’의 핵심은 시민의 사연이다. 참가 팀들은 매일 밤 9시, 무작위로 뽑은 사연과 키워드를 받고 그 즉시 창작에 돌입한다. 대본을 쓰고, 리허설을 하고, 무대를 세팅한 뒤 다음 날 저녁 관객 앞에 선다.

올해는 총 8개 팀이 참여했다. 스펙트럼 LAB은 뮤지컬 배우의 사연을 토대로 한 ‘프리즘’으로 예술가의 내면을 탐구했고, 도반은 ‘용기, 회복, 도전’을 키워드로 ‘구(球)’라는 작품을 통해 청춘의 재기를 담았다. 창작집단 1771은 ‘마피아 게임’과 ‘몸과 머리의 균형’을 소재로 ‘밤이 깊었습니다: 사연자를 찾아라!’를, 맨땅에 헤딩은 ‘더러운 게 너무 싫어요’라는 키워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완전한 집’을 선보였다. 그 밖에도 ‘외계인을 내쫓자-왜?’, ‘나의 할머니에게’, ‘우연히 찾아온’, ‘영원살이!’ 등이 무대에 올랐다.

 

작품들은 시민의 일상과 사회적 문제, 개인의 성장과 관계의 회복 등 다양한 결을 담았다. 관객들은 “24시간 만에 만든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다니 감동스럽다”는 후기를 남겼다. 제약이 곧 동력이 됐고,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 안에서 오히려 상상력은 폭발했다.

 

사진=삼일로창고극장

특히 올해는 공간 실험과 형식의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공연장은 물론 스튜디오와 복도, 계단까지 활용하며 “공간에 따른 변화가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는 연극이 반드시 전통적인 무대 안에서만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젊은 예술가들이 가진 실험정신의 방향을 보여줬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무모함과 열정, 동료애를 동시에 시험하는 제약이었다. 완벽을 추구할 틈이 없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무대를 채웠다. 한 연출가는 “올해 가장 열심히 보낸 하루였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시민의 사연을 통해 낯선 타인의 삶을 하루 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24시간 연극제’는 예술의 출발점이 ‘공감’과 ‘참여’임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관객이 제공한 사연이 창작의 씨앗이 되고, 창작자는 사연을 예술로 되돌려 관객에게 전한다. 창작과 관람이 맞물리는 구조 속에서 ‘공동체 예술’의 가치가 살아난다.

폐막식에서 한 참가자는 “기획 공연으로 다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작품은 이후 삼일로창고극장의 기획공연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단 하루의 무대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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