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조연이 주인공이 될 때…뮤지컬 ‘난쟁이들’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12 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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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이 지난 5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10주년 기념 시즌을 성대하게 개막하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온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작품의 시작은 2014년, 충무아트센터의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개발 지원작’ 당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초연 당시에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제3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작품 재공연 지원사업 선정, 중국 카이신마화 엔터테인먼트와의 라이선스 계약 등으로 영향력을 넓혀왔다.
 

사진=랑

‘난쟁이들’은 동화 속에서 흔히 조연으로 머물렀던 난쟁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익숙한 동화적 틀을 비틀어 현실 풍자의 시선을 담아낸다.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클리셰에 “그렇다면 난쟁이는?”이라는 물음을 던지며 신분 상승·허세·욕망·현실이라는 키워드로 어른의 동화를 구성했다. 관객이 웃으며 보기에는 충분히 가볍지만 그 안에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난쟁이들’이 관객을 사로잡는 핵심 요소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신데렐라·백설공주·왕자라는 익숙한 캐릭터를 가져와 그 이미지의 뒤편에 어른들의 욕망과 현실을 투영한다. 관객들은 친숙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닐지라도’란 위안을 찾는다. 경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넘버와 무대 연출은 오감을 사로잡는다. 특히 ‘끼리끼리’라는 넘버로 대표되는 리듬감 있는 음악과 아이디어 넘치는 안무가 회자돼 왔다. 관객과의 소통과 이벤트 전략은 관객을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초대한다. 매 시즌 숏폼 영상, 커버댄스, 팬이벤트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이번 시즌 캐스팅에는 기세중·최민우·신주협(찰리 역), 조풍래·류제윤·장민수(빅 역) 등 기존 팬들이 익히 사랑해온 배우들과 박새힘·박시인·김세진·김도하 등 신선한 얼굴들이 함께해 안정감과 새로움의 균형을 맞췄다. 무대 디자인과 연출, 동화마을 콘셉트의 아기자기함, 감각적 조명·영상 연출도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 끌었다. 올해 10주년 시즌의 티켓이 오픈된 직후 1차, 2차 모두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여전히 작품이 가진 흡인력이 강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난쟁이들’은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유쾌한 선언이자 익숙한 이야기 안에 낯설고 발칙한 시선을 심어주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는 웃음이 중심이지만 웃음 뒤에 남는 여운을 무시할 수 없다. 재치 있는 대사와 코믹한 안무로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익숙한 동화가 안겨주는 현실감이 남는다. 웃고 떠들며 나오는 120분이지만 막이 내렸을 때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무도회’ 콘셉트를 내세운 이번 시즌은 그간의 누적된 팬덤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장이다. 왕자가 아니어도 공주가 아니어도 그 자리에서 웃고 있는 자신은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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